SIDE A
1. 하루2 (feat. 김제섭)
2. 가을 (feat. 강은영)
3. 가게 문을 내리고 (feat. 윤선애)
4. 숨 (feat. 김수린)
SIDE B
5. 친구
6. 저 평등의 땅에 (feat. 윤선애)
7. 너를 위하여
8. 먼 훗날 (feat. 임정현)
새벽, 노찾사의 작곡가 류형수의 솔로앨범
류형수 – 하루
이 음반은 그렇게 지난 세월 동안 그가 노래로 담아 낸 세상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음반을 제작하면서 혁명적 열정에 불타던 과거의 유산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사는 자신의 시선을 담는 것에 더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저 평등의 땅에’와 ‘너를 위하여’ ‘먼훗날’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2000년대 중반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쓰여진 작품들이다. 이 노래들을 관통하는 어떤 정서가 있다면, 세상은 분명 많이 변했지만 또한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데서 오는 착잡함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 세월의 굴곡에도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여전히 낮은 곳을 바라보고 힘든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 공감하며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 분노한다. 예컨대 ‘숨’(2022)은 이태원 참사를 접하며 느낀 분노와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담고 있고 ‘가게문을 내리고’(2022)는 달라졌다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힘겨운 사람들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주먹을 부르쥐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촛불처럼 위태로운 우리의 삶을 낮게, 아프게 찌르며 환기시킨다.
노래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다. 노래가 잊혀지지 않는다면 그 노래가 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사라지지 않는다. 류형수의 노래들은 그렇게 저 1980년대에서 지금에 이르는 세월의 두께를 기억하게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알게 모르게 변해버린 우리의 삶과 우리 각자의 역사에 대해 환기시킨다. 이 음반이 그의 마지막 앨범이 아니기를, 그의 노래가 앞으로도 계속되고 끊임없이 우리의 기억으로 소환되기를 바란다.